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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배워요

[신뢰쌓기]물건챙기기, 엄마를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by J.W.M 2021.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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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E. 핸드폰 배터리 없데. 충전하게 가져와 줄래?"

"어?!......... 어디 있지"

JAKE의 눈동자가 '아주' 심하게 흔들렸어요.

아이고..... 머리야. 충전하라고 알람 왔는데..... 빨리 위치추적을 해 봅니다.

아. 다행히 피아노 학원에 있네요.

 

"잘 챙겨 와. 니 물건은 네가 챙겨 와야지. 자리를 일어날 땐 꼭 뒤를 한번 봐."

 

저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꾹 참고 차분하게 말했거든요.(야호! 성공.)


다음날.

하교 후 학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저의 물음.

 

"JAKE, 너 어제 가지고 놀던 장난감 어디 있어?"

"아. 그거. 집 책상에"

"없던데, 엄마가 보고 왔어."

"그럼 학원 가방에....?"

"없어. 학원 가방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지"

(슬슬 짜증이 올라오네요.)

 

" O.O;;... 아..... 아! 어제 학교 끝나고 놀던 장소에 있나 보다. 엄마가 가서 봐요."

"하..... 알겠어. 그럼 엄마가 가볼게. 학원 다녀와서 이야기해."

 

없지요. 당연히 없지요. 어제 놀던 그 장소에 있을 리 있나요.

너무 화가 났습니다. 왜 안 챙기는 거야.. 도대체....

초2, 남자아이. 당연하지 싶다가도 이해가 안돼요.

삑삑 삑삑.

현관문이 열리고 후다닥 들어오며 급하게 물어봅니다.

 

"찾았어요?!?!? 있었어요. 거기!?!?!??"

"아니. 없어. 너 잃어버린 거야. 항상 안 챙기고 그냥 다니더니. 다시 안 사줄 거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울먹이고 싶지만, 혼날 것도 같고, 본인이 잘못한 것도 있고 하니 JAKE는 우울한 눈빛으로 생각에 잠겼습니다.

행동이 귀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장난감이라 학교도 학원도 가져가고, 들고 있으면 친구들도 모여

약간의 우월감도 즐길 수 있었던 장난감이었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JAKE가 그것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었겠지만, 언제까지 물질로만 친구를 사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 기회에 옆에 있던 아이가 장난감 때문에 옆에 있던 아이인지 그냥 JAKE와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이것으로 아이도 확실히 배웠겠죠.

- 내 물건은 내가 챙겨야지 같이 논 친구들이 챙겨주지 않는다.

- 아무리 소중하고 아쉽고 다시 사 달라고 해도 본인이 소중하게 다루지 않은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 친구를 물질로만 사귈 수는 없다.

- 자업자득. 본인이 벌인 일은 본인이 책임진다.

- 울어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사유로 전 다시 안 사줄 생각입니다.


"어어!! 어어어!!! 나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아요."

"나 장난감, 입구 앞 나무 밑에 두고 애들이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거든요.

근데 그때 엄마가 가자고 해서, 내가 너무 재미있는 기분이어서, 손을 못 봐서, 못 챙기고 왔어요."

(명 탐청 코난. 추리를 해냈네요. 부디 범인을 찾았기를)

 

울어서 해결하지 않고 다른 대안책을 찾은 것도 기특하고, 가보고 싶어 하는 눈망울로 절 쳐다봐 다시 가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가 볼래?" 

"응"

 

사실 가면 없다는 것 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나온 길목이거든요. 있었으면 제가 봤을 거예요.

하지만 눈으로 확인해야 미련도 없어지니 가야죠.


기억한 장소를 찾아가는 동안 옆모습에 생각이 많아 보였어요. 

가는 내내 마음도 콩닥콩닥.

 

저와 JAKE는 현장 상황에 따른 대응방법도 논의했습니다.

1. 장소에 장난감이 있다 > 가지고 온다. → 해피엔딩입니다.

2. 장소에 장난감이 없고, 관리자가 있다. >  관리자에게 물어본다.   뭐 아쉽긴 하지만, 희망도 있죠.

3. 장소에 장난감도 없고, 관리자도 없다. > 다음날 재 방문한다. → 하루 더 괴롭죠.

 

장소가 가까워 오자 JAKE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있을까 없을까.......

 

"엄마.... 없다........"
"여기 청소하는 분이 있으니까 이미 치우셨겠지. 그게 아직 있겠어?"
"......................"

"............. 근데... 엄마... 청소하시는 분이 따로 두지 않았을까?"

"어른들은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이미 버리셨겠지."

"아.... 그러면 안되는데... 버리면 큰일인데...."

"관리실도 안 쓰나 봐. 잠겨있다. 사용 안 하는 공간인가 봐. 가자 집에. 진짜 잊어버린 거야."

:

:

:

:

".. 장난감 조각만 여기 떨어져 있네 ㅜㅜ. 진짜 없나....?...."

"가자"

 

드라마도 아니고 바닥에 잃어버린 장난감 조각이 덩그러니 있지 뭐예요, 더 슬퍼지려는데....

옆에 쓰레기봉투가. 딱!

'엇. 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봉투 안에 없네.. 씽...

"어?! 밑에 통도 쓰레기통인 거 같아. JAKE 잡아. 열게 도와줘. 통 열어보자"

있다!!! 있었어요!!!! 마치 찾으러 올걸 아신 듯이 쓰레기통 안 깨끗한 쪽 한 구석으로, 얌전히.
하하.. 하하하... 핳 이게 찾아지네요??


개운하게 집으로 가는 길.

양손에 장난감을 훈장처럼 들고 JAKE는 혼잣말을 계속했습니다.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온 JAKE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이제 장난감 학교에서 애들이랑 놀 때 안 가져갈래요. 그리고 학원도. 어쩌다 한 번만 가져갈래요."

(포인트는 좀 다르지만 뭔가를 느끼고 스스로 규칙을 정했음에 쌍 따봉을 드립니다.)

 

"JAKE.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근데 오늘 장난감 잃어버린 이유가 뭐였지?"

"제가 물건을 안 챙겨서요."

"그래. 맞아. 어디에 장난감을 가져가고, 친구랑 놀고 안 놀고 가 지금 중요하지 않아. 어디서 누구랑 놀던지

 그 자리를 이동하거나 집으로 올 때 물건을 잘 챙겼는지 확인해야 해."

"네"

 

속이 뒤집히던 사건이 나름 괜찮은 에피소드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도 하나 배웠네요.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ㅎㅎㅎㅎ

아이말을 듣지 않고 '없어, 그게 아직 거기 있겠니?' 하면서 집에 있었다면,

그래서 JAKE가 말한 장소에 다시 안 와봤다면 장난감도 못 찾고 둘이 찝찝하게 오늘을 마무리했겠죠.

아들 덕에 제가 오늘도 배웁니다.

 

부모님들.

아이들이 맞다고 하면 아닌 거 같아도 한 번만 더 믿어 주세요. 정말 맞을지 모르니까요.


(번외) 훈훈했지만 '물건 챙기기는' 아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잠시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을 아이를 달래주려 편의점 들려 초콜릿을 샀는데.. 느낌 오시죠?

        초콜릿만 가져오고 장난감은 바로 두고 오는 대단한 아드님입니다. 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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