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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학부모되기

[학교앞에서] 하교 픽업패션? 별거 아닌 일로 고민하기

by J.W.M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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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E어머니, 혹시 이번 주 시간 되시면 점심 같이하시겠어요?"

 

뚜둥..

"네? .. 네! 시간 괜찮아요."

 

"네. 그럼 아이들 학교 간 동안 같이 점심하고 애들 데리러 가요~."


제 학부모 생활에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이번 주 JAKE의 동급생 어머니께 식사 제안를 받았어요.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잖아요?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학부모들 얼굴도 대부분 모르고,

또 내성적이고 사교성 없는 저에게는 설레고 특별한 일이라서요. 

'아. 내가 괜찮은(친해져도 될만한) 학부모로 보이는구나' 하는 마음에 안도감마져 들었습니다.

학부모들은 사실 안 보는 척 괜찮은 척 다 서로를 둘러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 쓰며 생각하니 우습네요. 이런 상황과 제 마음이)


불현듯 1학년 입학 전, 그리고 등교 후 교문으로 JAKE를 데리러 처음갔을때 겪었던 다양한 상황들이 스치듯 생각났습니다.

 

입학전 고민했던 부분은 아이의 학업 능력이 다른 아이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였어요.

그런데 아이를 데리러 학교 앞을 갔을 때 다른 문제가 생긴 거에요.

 

집이 학교 앞인 저는 아이를 데리러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채 30분이 넘지 않아요. 그래서 교문앞에 도착해서야 알았어요.제가 다른 부모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하게 나왔다는 것을요. 1학년 1학기라 아는 사람도 없으니 교문 앞에 그냥 서있었는데, 1학년 학부모님 중에서도 영·유나 동네에서 함께 당첨이 되신 분, 사립초 카페에서 아이디를 익혔던 분들은 이미 친분이 있어 도란도란하더라고요.

 

아무도 저에게 관심 없지만 전 말할 사람도 없고 해서 더 뻘쭘.

우연히 다른 학년 하교와 겹치기라도 하는 날이면 ㅎㅎ 더더 뻘쭘.

그래서 일주일 후쯤부터 힘 좀 주고 다녔습니다. 사실 귀찮아서 그러지 말까 생각도 했는데 우연히 예비소집일 날 인사 나눈 어머님이 인사를 하셔서..(추첨일, 예비소집일은 좀 화려하게 하고 갔었거든요.)

 

아마 작년은(20년) 코로나여도 JAKE 학교는 등교일수가 많은 편이었어요. 1학년은 제일 등교일 수가 많아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학부모님들 중 처음 학교 앞에 오시는 분들이 많으니 서로서로 긴장하며 안 해도 될 걱정을 하고 더 힘을 주고 오셨겠죠.

올해(21년)의 분위기는 예전만큼은 아니고, 다른 학년 어머님들이 많이 섞여있어서 편하게 오시는 분이 대부분이에요.

미리 알았더라면 불필요한 수고와 시간낭비는 안 했을 텐데.ㅠㅠ

편한 복장이라고 해서 패딩+수면바지, 이런 거 아닌 건 아시죠? 우리 다 상식 있으니까.하하.

 

어려운 시기 최대한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발빠르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주셔서 학교에 엄청 감사하긴 했으나

저 같은 소심한 게으름뱅이는 힘들었어요.(외부인 출입금지, 콧물만 나와도 등교 안 됨, 수시 열체크, 수시 소독, 마스크 착용, 음식 섭취 안 함, 개인 방역 철저, 가림막 설치 등등 감사합니다. 진심이에요. 우리학교 교직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학교 특성상 원거리 아동이 많아 셔틀을 타고 가는 아이 외에는 부모님이 직접 라이딩을 하시니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모여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게 또 살짝 뻘쭘합니다.

학기초는 당연히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 추첨이니까 동네분들이 아니라서 서로서로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상황이....

 

"어, 나만 없어, 아는 엄마."

 

어쩔 수 없이 모여있는 학부모 무리 옆에 덩그러니 있었습니다.(쫄보라 먼저 말 걸기도 부끄러워서..)

다른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고 있을 때 애꿎은 핸드폰만 바라보며 문 앞에 서 있는 것도 고역이었었죠.

모여 있는 분들을 보면 괜스레 어딘지 모르는 여유가...(자격지심인가.)

 

아.. 사교성 없는 내 성격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줄이야. ㅠㅠ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이 다 지나가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올해 2학년 학부모가 되면서 학교 앞에 서 있으면 1학년 부모님과 그 외 부모님의 패션에 차이가 보이더라고요.

화려하게 하이힐과 명품백으로 치장한 분들과 편하지만 깔끔한 분들.

대부분 화려하게 입으신 분은 이제 막 자녀를 입학시키신 분일 경우가 많아요. 아직 4월초니까요.

 

'흠흠. 나도 그랬었더랬지. 암.. 그럼 그럼..'

 

1학년 외 다른 학년의 학부모님들은 이제 다들 대충 알아서 그렇게 치장할 일이 없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계신.. 제가 했던 고민을 하고 계신 1학년 어머님.

그냥 깔끔하면 돼요.

너무 화려할 필요 없습니다. 부모님 가방 훑어보고 재킷 라벨 뒤집어서 브랜드 확인하고,

뒤에서 무시하거나 험담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없어요. 설령 있다고 해도 끼리끼리 어울려 섬이 되지요.

지레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학교 앞이라는 tpo를 고려하려여 단정하고 깔끔하면 된다는 걸

저도 한 학기가 지나고 알았지만요.

 

저의 경우 학교 예비소집이나 추첨 때 힘줘 입고 갔었기 때문에 '난 항상 그런 사람이야. 모두 날 보고 있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에게 씌우고 남들 생각에 집중했던 시간을 반성하며 많이 아까웠던 시간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의 치장이나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고 다닐 시간에 주변보단 아이의 학교생활과 감정에 더 집중하고 사랑해 줄걸 말이죠.(화려하게 오시는 분 비하 발언 아닙니다. 다 나름의 열심을 하는 거예요. 누구나 자기의 상황이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만 맴돌고 있는 저에게 먼저 식사를 제안해 준 어머니. 이러니 제가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요.

고맙게도 저와 JAKE를 좋게 봐주셨다는 의미이면서, 낯가림을 하는 지라 부담스럽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 한 제안이라 감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놀게 해 주느라 학교 앞 커피숍에서 몇 번 대화를 나눈 게 다인데.

하하.... 그래서 더 감사한 제안이고 초대입니다.


우숩다생각 드시나요? 그럴 실 수 있어요.

근데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나고자란 평범한 사람으로.

말로만 듣던 비서와 함께 오는 아이를 보며 평범한 JAKE를 같이 학교에 등교시키고,

부모도 처음이고, 학부모도 처음이라서요.

 

벌어지지도 않은 걱정이 많았지요. 약간 공포가 있었던 거죠. 유리 멘탈인 걱정인형.

제가 딱 그랬었네요.

 

어제 보다 좀 큰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글과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픽업패션? 하나만 기억하세요. 아시다시피,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내 아이가 내 외모로 판단되는 경우도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으니 단정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가장중요한. 1학년 아이에겐 관심과 사랑듬뿍.♡

 

 

 공감과 댓글을 환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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