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당탕탕 학부모되기

[감정다스리기] 유쾌하다 ㅡ 나를 정의하시오.

by J.W.M 2021. 4. 28.
반응형

"아, 우리 엄마도 이렇게 유쾌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이가 하교 후 친구들과 놀 수 있는 특별한 날입니다.

자주 모이는 친구들이 있지만 다 TEST, 콩쿠르 준비로 바빠서 놀 수 없어진거에요.

그래서 30분 정도 시간이 되는 한 친구와 아쉬운 데로 아이스크림 먹자고 꼬셨습니다.

 

그래서 결성된 아이스크림 원정대. 길에 JAKE와 JAKE친구, 친구 어머니 요렇게 학교 앞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마주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데 KAT이라고 적힌 친구의 핸드폰 커버를 보며 JAKE가 말했어요.

 

"여기에 S 만 붙이면 캣츠잖아!!"

"............................."

 

딴에는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았지만 음..... 약간 다들 O.O? 하고 있었죠 ㅎㅎ

"그건 C잖아.. CAT. 고양이" 

네.. 저희 아들은 초2입니다. 이미 영어수업을 2년이나 듣고 있지요. 하하하하

"JAKE. 개는 알지?"

"응! D.O.G. 도~그"

"어. 그래 됐다. 미국 가서 개는 키울 수 있겠어." 

 

그렇게 어이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데 친구가 말했어요.

 

"아, 우리 엄마도 이렇게 유쾌했으면 좋겠다."

"아니야. 이모도 밖이라 그래. 집에서 화내면 JAKE는 악마 같다고 그래."

 

그렇게 시답지 않은 대화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난센스 퀴즈도 한바탕 했어요.

 

맞춰 보실래요? 

- 반성문을 영어로? 글로벌

- 비 매니저가 하는 일은? 비만관리

- 경찰서 반대는? 경찰 앉아

즐거운 자리를 마무리하고  집에 오는 동안 계속 생각나는 한 단어.

유쾌하다.

놀라운 아이의 어휘력. 많은 단어 중 '유쾌하다'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이 놀라웠고

다른 누군가에게서 나를 평가받은 말 중 가장 센세이션한 단어여서 놀랐습니다.

정말 처음 듣는 칭찬이었어요.
보통 '재미있네요. 사교성 좋네요. 밝아요'와 같은 단어를 활용하는데
유쾌하단 말을 사용하시는 분은 아직 못 봤거든요.

 

유쾌하다.

이 단어가 저에게 주는 힘을 굉장했습니다.

 

그동안 나의 우울한 기분이 밖으로 나타나진 않을까.

그 우울감이 다른 이에게 쾌가 아닌 불쾌로 다가가진 않을까.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저였거든요.

그리고 작년 1년을 알차게 놀면서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를 찾지 못해 힘들었는데,

아이가 던진 '유쾌하다' 단어가 주는 청량감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가진 단어의 이미지가 있어서 더 강렬하게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전에 나온 유쾌하다의 뜻 ㅡ 즐겁고 상쾌하다.

내가 가진 유쾌하다의 의미 ㅡ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재미있으나 가볍지 않으며,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할 수 있는,

시원하고 산뜻한.

 

나에게 특별한 위로의 말을 건넨 건 아니었지만

생각지 못한 순간 나에게 던진 한마디는 아이의 눈빛과 진심 어린 말투로 하나 되어

저에게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발가락 끝에서 정수리까지 짜릿한 느낌. 아실까요?

 


또 하나, JAKE와 대화를 하면서 가끔 내가 잘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같은 또래 아이가 봤을 때 놀리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들이 재미있게 이야기한다.라는 느낌인걸 보면,,

제가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되네요. : )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른도 자랍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도 저를 키우네요.

 

이 유쾌함이 계속될 수 있도록 올해는 더 웃으며 지내야겠습니다. 

아마 오늘의 이 기분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아요.

 

 

'구독,댓글,공감'을 환영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