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들에 좀 다녀올게."
"아빠, 어디 가세요?"
".........."
주말 시댁 나들이를 갔었습니다.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이 완화되고 처음 가는 나들이였어요.
쫄보라 밖을 많이 못 다니고 기침만 해도 선별 진료소로 달려가는 저한테는
오래간만에 콧바람을 쐬는 날이었습니다.
다 같이 아침을 먹고 딜리버리 한 커피를 여유롭게 마시며,
다들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을 때, 시아버지가(딸 같은 며느리는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지만 저는 시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버릇없다 말하지 말아 주세요^^ 시댁 부모님들도 좋아하시거든요.) 옷을 챙겨 입으시고 나갈 채비를 하셨어요.
밖에는 주말 내 비가 내리고 있고, 봄을 시샘하는 찬 바람도 불고 있는데 어디를 가시는 건지.
그렇게 급하게 가실 일이 있는 건지.. 차도 아니고 오토바이까지 타고 가신다니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잠시 후 오토바이 뒷자리에 파를 한가득 싣고 돌아오시지 뭐예요.ㅎㅎ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뽑아 오신 파의 뿌리를 다 정리해 묻은 흙도 다 털어 주시곤
20L 종량제 봉투 한가득 파를 담아 주셨습니다.
"요즘 파값이 장난이 아니더라. 이거 가져가라."


빗길을 뚫고 파를 한 아름 가져다 주신 시아버님에게도
집 더러워진다고 깔끔하게 다듬어 정리해 주시는 시어머니에게도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주말이었습니다.
번외) 갑자기 생긴 많은 파. 요렇게 정리했어요.
쫑쫑 썰어 지퍼팩에 넣고, 듬성듬성 잘라 김치통에 정리해
냉동실에 얼렸습니다.
지퍼팩은 덩어리 지지 않게 중간에 만져주며 얼렸고,
김치통은 파 층층에 면 행주를 넣었어요.
이게 맞는 방법 인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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